영상은 그럴듯한데 글씨는 틀린다 — 글자 쓰기를 재는 VTR-Bench

영상 생성 AI가 화면 속 글자를 얼마나 정확히 쓰는지 300개 프롬프트로 잰 벤치마크. 최고 모델도 정규화한 편집 오류 점수가 0.250이었고, 영상이 그럴듯한 것과 글자가 정확한 것은 별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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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틀 리서치
2026년 10월 04일 읽기 15분 조회 0

영상 생성 모델이 만든 결과물은 종종 이렇다. 무대 세트는 완벽하게 꾸며 놓고, 소품으로 걸어둔 간판에는 알아볼 수 없는 낙서를 적어둔 셈이다. 영화처럼 매끈한 광고 영상인데, 정작 제품 패키지의 글자는 철자가 틀려 있다. VTR-Bench는 바로 이 '화면 속 글자 쓰기(visual text rendering, 영상 안에 글자를 정확히 그려 넣는 능력)'만 따로 떼어 재는 체계적 벤치마크다.

핵심부터 말하면, 측정 결과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 글자 쓰기는 지금 모델 모두에게 어렵다. 가장 잘하는 모델조차 단어오류율(WER)이 0.250이었다. WER은 삽입·삭제·치환을 합산한 토큰 단위 편집 거리를 정답 길이로 정규화하고 영상별로 최대 1까지만 세어 매기는 오류 점수로, 낮을수록 좋다(0이면 완벽, 1에 가까우면 거의 다 틀림). 즉 0.250은 '정규화한 편집 오류 점수가 0.250'이라는 뜻이며, 이 지표상 최고 성적이 이 정도다.
  • 영상이 그럴듯한 것과 글자가 정확한 것은 별개다. 영상 품질 점수가 똑같이 높아도 글자 정확도는 크게 벌어졌다.
  • 모델을 바꾸지 않고도 글자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생성 '방식'만 손봐서 한 모델의 WER을 0.4468에서 0.3015로, 약 32.5% 낮췄다.

측정 범위는 5개 활용 시나리오에 걸친 300개 프롬프트, 대상은 최신 모델 11종이다.

이 논문이 푸는 문제

영상 생성 모델 평가는 그동안 거의 한쪽만 봤다. 화질이 좋은가, 보기 좋은가, 물리 법칙에 안 어긋나는가. VBench, EvalCrafter 같은 기존 벤치마크들이 재는 건 대체로 이런 축이다. 그런데 현실의 영상에는 글자가 가득하다. 광고의 제품 설명, 과학 영상의 수치, 화면 속 버튼 라벨. 글자 하나가 틀리면 전달되는 정보 자체가 바뀐다.

문제는 영상이 아무리 사실적으로 보여도 그 안의 글자가 맞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논문 서두의 예시가 이 간극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약 10초짜리 영상 하나가 장면·모션 요구사항 체크리스트에서 Video Score 0.90을 받았는데, 같은 영상의 WER은 0.552였다. 철자 오류, 반복되고 엉뚱한 글자, 아예 읽을 수 없는 문구가 섞여 있었다는 뜻이다.

글자를 평가한 벤치마크가 없진 않았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T2VTextBench는 전적으로 사람 평가에 의존해, 모델을 반복해서 재려면 사람 손이 계속 들어간다. EvalCrafter나 AVGen-Bench도 글자를 다루긴 하지만 짧은 텍스트 위주라, 긴 문장은 제대로 재지 못한다. 한편 모델 자체를 뜯어고쳐 글자를 잘 그리게 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HunyuanVideo 1.5는 글자 모양 정보를 인코딩해 넣었고, 다른 연구는 글자 많은 합성 영상으로 모델을 추가 학습시켰다.

VTR-Bench의 자리는 이들과 다르다. 이건 모델을 고치는 기법이 아니라 '자(측정자)'다. 긴 문장을 포함한 장면 텍스트를, 사람 손 없이 자동으로, 모델만 늘려도 그대로 돌릴 수 있게 재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측정에 그치지 않고, 모델의 무게(가중치)는 그대로 둔 채 '생성하는 방식'만 바꿔 글자 오류를 줄이는 길도 함께 제안한다. '정확히 재고, 학습 없이 개선한다' — 이게 VTR-Bench가 선 자리다.

무엇을 발견했나

결과 표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글자 쓰기는 지금 모델들에게 공통으로 어렵다.

전체 1위는 상용 모델 Wan3.0였다. 다섯 시나리오(광고·과학·UI·문화·일상) 모두에서 글자 정확도를 주도하며 WER 0.250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건 2위다. 비공개 상용 모델이 아니라, 오픈소스인 Minimax H3(0.447)가 상용 Seedance2.5(0.641)를 제치고 전체 2위에 올랐다. 공개 모델이 여러 상용 모델보다 글자를 더 정확히 쓴 것이다. 반대로 상당수 모델은 WER이 상한(약 1)에 거의 붙어 있었다. Wan2.2-5B와 LTX-2.3이 나란히 0.996으로, 오류 점수가 상한(1)에 거의 붙어 있었다.

두 번째 발견이 이 벤치마크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영상 점수가 높아도 글자가 맞다는 보장은 없다. 가장 선명한 대조는 Kling v3.0과 Seedance2.5다. 둘 다 Video Score가 약 0.79로 거의 같다. 그런데 WER은 Kling v3.0이 0.979, Seedance2.5가 0.641이다. 장면과 모션 요구를 똑같이 충족하면서도 글자 정확도는 크게 벌어진다. 두 능력을 한 점수로 뭉치면 이 간극이 통째로 가려진다.

실패를 뜯어본 분석도 실용적이다. 저자들은 13,213개 텍스트 타깃을 세 상태로 나눠봤다. 글자 올릴 자리(운반체)를 못 찾음, 자리는 찾았지만 글자를 못 읽음, 전사됨. 전체 모델에서 '자리는 찾았는데 글자를 못 읽은' 비율이 23.31%로, '자리 자체를 못 찾은' 9.34%보다 훨씬 높았다. 글자 둘 곳은 찾아놓고도 그 위에 알아볼 수 있는 글자를 그리는 데서 더 많이 넘어진다는 신호다. 게다가 읽혔다고 맞는 것도 아니다. Kling v3.0은 글자가 읽힌 비율이 79.62%나 됐지만 WER은 0.979였다. '읽힌다'와 '맞다'는 다른 문제다.

해상도와 길이의 영향도 짚을 만하다. Minimax H3와 LTX-2.3을 해상도 고/저 × 길이 10초/5초의 네 조합으로 비교했더니, Minimax H3는 해상도를 높이면 두 길이 모두에서 WER이 줄었다. 글자에 더 많은 픽셀이 할당되자 원래 있던 능력이 더 발휘된 것이다. 반면 LTX-2.3은 네 조합 모두 WER이 1에 가깝게 붙어 있었다. 저자들의 해석은 설득력 있다. 설정을 바꿔 얻는 이득은 모델에게 애초에 글자 쓰기 능력이 있을 때만 나온다. 능력이 없으면 해상도를 올려봐야 틀린 글자가 더 또렷해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생성 방식만 바꾸는' 개선의 효과다. Minimax H3를 두고 세 방식을 비교했다. 그냥 생성(Original), 첫 이미지 한 장만 주고 영상을 만들게 하는 방식(image-to-video, I2V), 그리고 전체 프레임워크(Agentic)다. 전체 프레임워크는 WER을 0.4468에서 0.3015로 32.5% 낮췄고, Video Score는 0.7562에서 0.8315로 올렸다. 두 지표가 다섯 시나리오 전부에서 함께 좋아졌다. 첫 이미지만 주는 I2V도 그냥 생성보다는 나았지만, 전체 프레임워크는 I2V보다 WER을 추가로 9.4% 더 줄였다. 첫 프레임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복해서 피드백을 받아 조율하는 과정이 보탬이 됐다는 뜻이다.

어떻게 쟀나

VTR-Bench의 설계를 관통하는 생각은 하나, '분리'다. 영상이 요구된 장면과 움직임을 잘 구현했는지와, 그 안의 글자가 정확한지를 서로 다른 두 축으로 나눠서 잰다. 하나로 뭉치면 '그럴듯해 보임'이 '글자 정확함'을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첫 번째 축은 Video Score다. 프롬프트마다 20개 질문을 준비해 두고, 영상·언어를 함께 다루는 AI(VLM, 영상을 보고 글로 답하는 모델)가 영상을 보며 '예/아니오'로 채점한다. 질문은 장면 속성·모션 준수·공간 관계·개체 존재·시간적 일관성의 다섯 차원을 덮는다. Video Score는 충족된 요구사항의 비율이다.

두 번째 축이 이 논문의 핵심인 글자 평가다. VLM이 글자가 올라가는 표면, 즉 '운반체(carrier)' — 간판이든 패키지든 화면이든 — 가 영상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을 골라 글자를 받아적는다. 이때 정답은 가려둔 채 보이는 대로만, 철자 오류는 그대로, 못 읽는 부분은 비워서 전사한다. 그걸 정답과 WER로 비교한다.

여기에 한 가지 장치가 더 있다. 바로 '유계(bounded) WER'이다. 모델이 엉뚱한 글자를 끝없이 뱉어내 오류 점수가 무한정 치솟는 걸 막으려고, 정답 길이를 기준으로 점수에 상한선을 둔 방식이다. 그래서 WER이 약 1 근처에서 멈춘다.

데이터셋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미리 그려보고 거르기'다. 프롬프트를 글로만 짜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미지 생성 모델로 그 장면을 미리 그려본 뒤 "이 글자와 이 간판이 한 장면 안에 실제로 담길 수 있는가?"를 VLM으로 검증하고 고친다. 세 번 연속 실패하면 프롬프트를 아예 새로 짠다. 애초에 구현 불가능한 과제로 모델을 시험하는 일을 사전에 걸러내는 영리한 절차다.

개선용으로 제안한 프레임워크의 뼈대도 같은 발상이다. 'Director'라는 지휘 역할이 먼저 첫 프레임 후보를 여러 장 받아, 글자 정확도·가독성 등을 검사해 가장 나은 한 장을 고르거나 고쳐 쓴다. 이렇게 다듬은 첫 프레임을 조건으로 영상을 생성한다. 모델의 가중치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생성 '시점'의 제어만으로 품질을 올린다는 게 요점이다.

실험 조건은 통제돼 있다. 대상은 최신 오픈소스 6종과 비공개 상용 5종, 모두 11종. 영상은 10초·24FPS로 통일했고, 상용 모델은 해상도를 720p로 고정했다. 데이터셋은 300개 프롬프트가 5개 시나리오에 60개씩 고르게 분포하고, 그 아래 25개 세부 장면을 덮는다. 짧은 라벨부터 긴 문단까지 섞어(블록당 1~275 토큰, 중앙값 23), 여러 글자를 동시에 그리는 능력과 긴 문장을 정확히 재현하는 능력을 함께 시험하도록 짰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둘 점. 이 벤치마크는 글자가 '정답과 일치하는가'를 잴 뿐, 폰트가 예쁜지·자연스러운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또 전사를 '가장 선명한 순간' 기준으로 하므로, 글자가 영상 내내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는지는 WER이 아니라 다른 항목에서 다룬다.

한계와 남은 질문

저자들이 직접 인정하는 한계부터. 설정 조정만으로는 글자 오류가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LTX-2.3 사례로 못 박는다. 결국 모델의 근본적인 글자 쓰기 능력이 중심이고, 해상도·길이는 그 능력이 있을 때 이득을 키우는 보조 레버라는 입장이다. 솔직한 선 긋기다.

더 구조적인 한계는 평가가 VLM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글자 전사와 영상 채점을 모두 같은 평가용 모델이 수행한다. 저자들은 사람 평가와의 정렬, 그리고 다른 평가자를 써 본 결과(부록)로 이를 교차 검증했다. 그럼에도 '평가자가 못 읽은 글자'와 '모델이 못 그린 글자'를 완전히 가르기는 쉽지 않다. 전사율과 WER을 함께 보도록 설계한 것도 이 경계를 다루려는 장치로 읽힌다.

또 하나, 생성 방식 개선의 효과는 Minimax H3 한 모델에서 확인된 결과다. WER이 상한에 붙어 있던 LTX-2.3처럼 바닥 능력이 부족한 모델에서도 같은 폭의 개선이 날지는 이 실험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해상도 분석이 시사하듯, 바닥 능력이 없으면 생성 시점의 제어도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이 방법이 어느 수준 이상의 모델에서만 작동하는지, 보편적인지는 더 넓은 검증이 필요하다.

온틀 관점

AI PM이 고객에게 낼 산출물을 만드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수치가 박힌 요약 리포트, 제품을 소개하는 마케팅 카드뉴스. 레이아웃이 깔끔하고 섹션도 다 채워져 '완성된 것처럼' 보이면, 사람 검수자는 그 완결감에 기대 내용 점검을 건너뛰기 쉽다. 그 틈에 도표의 수치가 틀린 채로, 혹은 제품명에 오타가 난 채로 리포트가 고객에게 나간다.

이게 영상 속 글자 오류와 '똑같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닮은 건 함정의 구조다. 겉이 그럴듯하게 완성돼 보이면 속의 정확도 점검을 생략하게 된다는 것. Kling v3.0이 Video Score 0.79를 받으면서 WER 0.979였던 바로 그 간극이, 산출물 검수에서도 똑같이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ONTLE의 검수 파이프라인은 두 평가를 구조적으로 나눠야 한다. 하나는 '형식·완결성'(요구된 섹션이 다 있는가, 톤이 맞는가), 다른 하나는 '내용 정확성'(제품명 철자, 가격 숫자, 인용 수치가 원본과 일치하는가). 후자는 VTR-Bench가 운반체 위 글자만 뽑아 정답과 맞춰보듯, 산출물에서 '검증 대상 텍스트(숫자·고유명사·인용)'만 추려 원천 데이터와 글자 단위로 대조하는 식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 두 점수를 한 덩어리로 합쳐 '통과/보류'만 내면, 내용 오류가 형식 완결감에 가려져 그대로 나간다.

개선 루프도 PM의 작업 방식과 결이 맞는다. 논문이 가중치를 안 바꾸고 반복 피드백만으로 WER을 32.5% 낮췄듯, 산출물도 '한 번 뽑고 끝'이 아니라 '초안 → 내용 검증 → 틀린 부분만 지목 편집 → 선택'의 루프로 돌릴 때 품질이 오른다. 특히 전체를 다시 생성하지 않고 틀린 텍스트만 집어 고치는 방식은, 매번 새로 뽑다가 또 다른 오류를 만드는 낭비를 줄인다. 다만 해상도 분석의 교훈도 함께 새겨야 한다. 바닥 능력이 없는 생성기에는 루프를 아무리 돌려도 한계가 있고, 검증 루프는 쓸 만한 초안을 내는 모델 위에서만 레버가 된다.

실무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 산출물 평가를 두 축으로 나눠라. '형식·완결성'과 '내용 정확성'을 한 점수로 합치지 마라. 완결감이 내용 오류를 가린다.
  • 내용 정확성은 검증 대상 텍스트만 뽑아 원천과 글자 단위로 대조하라. 대소문자·고유명사를 보존하고, 생성물이 쓸데없이 길어질 때를 대비해 오류에 상한을 둬라.
  • '읽힌다'를 '맞다'로 착각하지 마라. 커버리지와 오류율은 별개 지표다. 둘 다 보고, 둘 다 로그에 남겨라.
  • 자동 평가자로 검수를 돌린다면, 사람 평가와 맞춰 그 평가자의 신뢰도를 먼저 검증하라.
  • 품질은 한 번 생성이 아니라 반복 루프로 올려라. 전체 재생성보다 '틀린 부분만 지목 편집'이 효율적이다.
  • 설정 튜닝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들지 마라. 바닥 능력이 없는 생성기에는 튜닝이 틀린 결과를 더 또렷하게 만들 뿐이다.
WER 0.250을 "넷 중 하나만 맞혔다"로 읽어도 되나요?

아닙니다. WER은 '맞힌 비율'이 아니라, 삽입·삭제·치환을 합산한 토큰 단위 편집 거리를 정답 길이로 정규화하고 영상별로 최대 1까지만 세어 계산한 오류 점수입니다. 그래서 1−WER을 '정답률'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0.250은 '정규화한 편집 오류 점수가 0.250'이라는 뜻이고, 값이 낮을수록 글자를 정확히 쓴 것입니다. 1에 가까운 0.996 같은 값은 오류 점수가 상한(1)에 거의 붙었다는 의미입니다.

글자의 '디자인 품질'이나 '영상 내내 유지되는지'도 재나요?

아니요. WER은 글자가 정답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만 잽니다. 폰트가 자연스러운지·보기 좋은지 같은 미적 품질은 이 지표의 대상이 아닙니다. 또 전사를 '가장 선명한 순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글자가 영상 전체에서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지(시간적 안정성)는 WER과 별개로 다룹니다.

참고자료